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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리에서 평생 살 각오로 2010년 한국을 떠났다. 그 때는 남편이 있었기에 두렵지도 않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난 5년 사이 나에게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남편이라는 크고 듬직한 등 뒤에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 것이다. 남편이 천국 본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제 3년 6개월이 지났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아픔의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3년 6개월의 시간이 결코 혼자가 아니였음을 고백하게 된다. Come Mission이라는 선교 공동체 안에서 회복과 은혜, 사랑을 경험했다. 하늘 아버지께서 슬픔과 분노, 화냄과 실망을 변화시켜 가셨다. 그리고 여전히 내 안에 살아계셔서 일하고 계신다.

 

말리에서 컴미션 국제 본부 사역자로
현재 나는 컴미션 미국 국제 본부 사역자의 자리에 있다. 물론 말리가 그립다. 함께 했던 현지의 친구들이 보고 싶고,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며 시원한 망고와 수박이 그립다. 큰 대야 밥 그릇에 고기 덩어리 하나 얹어두고 그 작은 덩어리를 서로 나누던 모습이 그립다. 손으로 밥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밥의 1/3은 흘리고 식사하는 내 모습을 보며 함께 웃던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그립다. 무더운 날씨와 시도 때도 없이 나갔던 전기와 수도, 쿠테타와 내전으로 조용하지 않았던 말리에서의 삶과 피신...쉽지 않았지만 돌아보니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그렇게 나는 말리를 배워갔다. 종이와 글이 아닌 삶으로 말리를 알아갔다. 

 

현장의 경험으로 현장 선교사를 섬김
이러한 기억들이 현장 선교사님들을 뒤에서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남편이 떠난 후, 주위 분들은 과거의 나의 직업으로 돌아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나는 선교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본부 사역을 하는 기쁨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경험하며 그리스도가 머리 되시는 공동체 안에는 회복과 감사가 있음을 배운다. 자원하는 열심과 섬김의 힘이 아름다운 열매들을 많이 맺어 가는지를 보고 있다. 

 

긴장했던 컨퍼런스 준비 과정 
본부에서는 지난 달 열린 Pre-Interconference 와 Inter-conference를 준비하였다. 본부 사역자들은 일상적으로 늘상 바쁜 일들과, King Salem Ranch에서 맺어지는 대추 열매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 가운데 Inter-conference를 준비해야 하는 나는 더 분주하였다. 실수하고 싶어하지 않은 나의 성향 탓에 스스로를 더 긴장하게 했던 것 같다. 묵은 창문의 먼지들과, 바닥 청소, 숙소 카펫 청소 등 본부 대청소로 하루하루가 바빴다.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식구들을 맞이할 기대와 흥분이 더 컸다. 한 방 한 방 사용하실 선교사님들과 자녀들을 생각하며 밤 늦게까지 청소하였다. 작은 먼지 하나도 주워가며, 얼룩도 제거하고, 가구도 재배치해보았다. Pre-con이 진행되면서 Inter-con까지 준비해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컸지만, 본부 공동체와 함께 하니, 힘든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계약이 아닌 언약으로 맺어진 공동체
무엇보다 단체와 선교사는 계약으로 맺어진 것이 아닌 Covernant 관계이며, Commitment 인 것에 동의하면서 모인 모든 이들이 서로를 위탁하며 사랑하며 믿음의 경주를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시간이였다. 1박 2일로 King Salem Ranch도 방문했다. 함께 노동하며 지난 여름과 가을에 수확하여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말렸던 대추들을 보관 장소로 옮기고, 팩킹하는 일도 함께 했다. 모두가 함께 하니 일이 순식간에 끝났다. 석류, 감과 사과 등을 따고 맛보면서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눴던 시간들이 행복했다. 하나님께서 이 모임 가운데 일하시고 함께 하시고 은혜를 베푸심에 감사했다. 붙잡고 싶을 정도의 1주일이 금새 지나가 버렸다. 

 

Inter-conference
인터 컨퍼런스를 위해 시애틀로 떠나는 마음 한 켠에는 남편 없이 참석하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았다. 지난 기억들이 되살아나 가슴이 아파 피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하나님은 그 분의 일을 하셨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매일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시애틀에 도착한 날부터 일주일은 매우 쾌적한 날씨였다. 깨끗한 공기, 조용한 동네, 아름다운 색색깔의 단풍 나무 등이 가을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컴미션 식구들을 기다려주시고 큰 사랑으로 반겨주신 시애틀 형제 교회의 모든 성도님들과 교역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날마다 감사의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의 넓은 사랑과 깊은 은혜
권준 목사님께서 환영 예배를 통해 전하신 마태복음 20장1~16절의 메시지가 깊이 마음에 새겨졌다. 제 십일시(오후 5시)에 부름 받은 일꾼처럼, 우리 또한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주인에게 구원받았다. 그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한데, 이렇게 아름답고 가치있는 하나님의 선교 사역 가운데 우리에게 동참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심에 매우 감격스러웠다. 오후 5시까지 시장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소극적이고 의지 없어 보이는 자들까지 품어주신 하나님, 우리 또한 거저 받은 은혜가 감사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순종함으로 충성되이 살기로 결단하였다. 
모든 스케쥴 속에서 교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현장의 현실을 배웠으며 각 지역 본부를 알아가면서 놓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변하지 않는 진리, 멈출 수 없는 선교’에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드리기로 결정하며, 울기도, 웃기도 하며 서로 위로하고 도전했다. 남편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립기도 하고,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순간순간 들었다. 그러한 나를 말하고 표현하지 않아도 이해하시고, 안아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위로해주신 선교사님들로 인해 나는 또 새 힘을 얻었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먼 하늘 길을 날아오신 모든 선교사님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다. 금새 헤어져야 했지만, 모두가 부르심을 받은 땅 끝에서 주께 드릴 열매를 성실하게 가꾸다가 또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다. 우리는 기대함으로 다시 재회할 것이다. 풍성한 식탁과 간식, 기도와 사랑으로 섬겨주시고, 특별히 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멋진 프로그램으로 섬겨주신 시애틀 형제 교회에 감사드린다. Intercon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 해주신 모든 교회와 무릎 선교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마음을 다해 감사 드리며 모든 영광과 찬양을 올려드린다. 다시 바쁜 본부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함께 했던 순간의 기억들을 사진을 꺼내보며 되살려낸다. 벌써 그립기만 하다.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또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말씀을 붙잡고, 오늘도 나를 부르신 지금 이 자리에서 주를 예배하며 겸손과 순종으로 살기로 결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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